다낭에 머무를 때마다 느끼는 건, 이 도시가 가진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다는 점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도시가 아니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무드를 만들어낸다.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 그런지 공기가 부드럽고, 사람들의 말투도 차분해서 여행자를 긴장시키지 않는다. 나는 매번 다낭에 도착하면 일정부터 확인하기보다 먼저 도시의 바람을 천천히 느끼고 싶어진다.
아침에 미케비치로 향하면 해수면 위에 떠오르는 햇빛이 은색처럼 번져 있다. 조깅하는 사람들, 모래사장을 따라 걷는 여행객들, 그리고 해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현지인들까지… 이 모든 풍경이 과장 없이 담백하다. 다낭은 ‘보여주기 위한 여행지’라기보다, ‘머무는 동안 편안해지는 도시’에 가깝다. 아침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하루를 천천히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든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도시는 조금 더 활기를 띤다. 하지만 여전히 시끄럽거나 복잡한 느낌은 없다. 어디를 가든 바람이 잘 통하고, 해변 도시 특유의 여유가 흐른다. 나는 보통 이 시간대에 카페나 레스토랑을 둘러보며 오후 계획을 정리한다. 다낭은 여행자의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원하면 천천히, 원하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다낭은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바닷바람이 서늘하게 불고, 강변에는 조명이 차분하게 켜지기 시작한다. 낮 동안 밝고 선명해 보이던 도시가 밤에는 조금 더 감성적인 분위기를 띠게 된다. 한강(송한강)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의 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나는 이 시간대의 다낭을 가장 좋아한다. 도시의 속도가 잠잠히 가라앉고, 사람들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저녁이 완전히 찾아오면 다낭의 밤문화는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다른 도시처럼 과하게 떠들썩하지 않고, 그렇다고 조용히 침묵하는 것도 아니다. 은근하게 유지되는 에너지, 편안하게 흐르는 음악,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강물…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다낭의 밤을 완성한다.
이때쯤이면 조금 더 색다른 공간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단순히 산책만 하기에는 아쉽고, 지나치게 화려한 곳은 다낭의 분위기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자주 선택하는 것이 다낭 가라오케 같은 공간이다. 이곳은 다낭 특유의 편안함이 그대로 스며 있어 부담이 없다. 조명은 눈이 피곤하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방마다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도 괜찮고, 굳이 큰 소리로 떠들 필요도 없다. 음악을 들으며 쉬다 가는 사람도 많고, 친구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흔하다. 다낭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듯, 이곳 역시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낭의 가라오케 문화는 화려함이나 과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적당함’, ‘편안함’, ‘부담 없음’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시끄러운 장소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차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도시의 무드를 따라가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잘 맞는 경험이 된다. 특히 혼자 여행 중이라도 편하게 들어갔다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위기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밤이 깊어가면 다낭은 다시 조용해진다. 강 위에 비친 조명이 더 길게 흔들리고, 해변에서는 파도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느껴지는 공기마저도 부드럽다. 낮에 느꼈던 밝음, 오후의 활기, 저녁의 여유, 밤의 감성을 모두 겪고 나면 다낭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기분이 정돈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다낭을 떠난 뒤에도 종종 이 도시의 밤을 떠올린다. 가벼운 소음과 바람, 조명이 섞인 풍경,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음악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 자연스러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